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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사건

범죄행위인데도 처벌하지 않는다? 형법 제20조 ‘정당행위’를 주장하는 방법

 

 

 

형사사건에서는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는 사실만으로 반드시 처벌되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 제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 업무로 인한 행위 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합니다.

정당행위 판단의 핵심은 오래전부터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상당성, 법익균형성, 긴급성, 보충성이라는 다섯 가지 요소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긴급성과 보충성을 각각 독립된 절대적 요건으로 볼 것이 아니라, 수단의 상당성을 판단하는 요소로 종합평가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

  • 무엇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었는가
  • 그 방법은 목적 달성을 위해 적합했는가
  • 상대방에게 발생한 피해는 어느 정도였는가
  • 더 온건하고 실효적인 방법이 현실적으로 존재했는가
  • 행위의 시간·강도·범위가 필요한 정도를 넘지 않았는가

정당행위를 주장하려면 지금 해야 할 일

행동의 목적만 설명해서는 부족합니다. 당시 선택 가능한 다른 방법, 행위의 강도와 지속시간, 발생한 피해, 피하려고 했던 더 큰 피해를 구체적인 자료로 복원해야 합니다.


1. 범죄가 성립하는 것과 처벌해야 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형사재판의 판단은 크게 두 단계로 나누어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피고인의 행동이 특정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 행동을 법질서 전체의 관점에서도 위법하다고 평가해야 하는가라는 두 번째 질문이 남습니다.

그 대표적인 규정이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입니다.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즉 형식적으로 범죄 구성요건에 들어오는 행동이라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상황을 전체적으로 평가했을 때 사회가 이를 위법한 행동이라고 평가해서는 안 되는 경우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정당행위는 바로 형식적인 범죄와 실질적인 위법성을 분리하는 규정입니다.

2. 정당행위의 출발점, 대법원 86도1809 판결

우리 대법원은 1987. 1. 20. 선고 86도1809 판결에서 정당행위 판단기준을 제시했습니다.

①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②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③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균형성
④ 긴급성
⑤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이 판결 이후 이른바 ‘정당행위 5요건’은 수십 년 동안 반복적으로 인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위험이 있었습니다.

다섯 가지를 각각 별개의 체크박스처럼 이해하면, 하나라도 부족한 순간 정당행위가 부정되는 지나치게 엄격한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대법원은 최근 이 5요건을 다시 해석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변화는 대법원 2023. 5. 18. 선고 2017도2760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목적·동기, 수단, 법익균형, 긴급성, 보충성이 서로 불가분적으로 연관된 요소이므로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더 나아가 긴급성과 보충성은 독립적인 요건이라기보다 수단의 상당성을 판단하기 위한 고려요소라고 정리했습니다.

특히 보충성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적법한 방법을 먼저 사용해 보았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현실적으로 실효성 있는 다른 적법한 방법이 존재했는가입니다.

2024년 대법원도 같은 법리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다만 동물권 보호라는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더라도 약 4시간 동안 공장 출입을 막아 업무 자체를 방해했다면 수단의 상당성과 법익균형성이 부족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바로 여기에 정당행위 판단의 핵심이 있습니다.

좋은 목적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좋은 목적을 어떤 방법과 강도로 실행했는지가 중요합니다.

4. ‘상당성’을 더 세밀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상당성입니다.

상당하다는 표현은 추상적입니다. 따라서 변호인은 이를 다시 측정 가능한 사실로 분해해야 합니다.

행위의 강도는 어느 정도였는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는가.
피해 범위는 어디까지였는가.
물리력이 사용되었는가.
조치가 일시적이었는가 영구적이었는가.
원래 문제행위와 직접 관련된 대응이었는가.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행동이 있었는가.

정당행위 사건에서 이러한 요소들은 일종의 ‘위법성의 진도계’가 되어야 합니다.

같은 목적의 행동이라도 5분간의 제한과 4시간의 봉쇄는 다릅니다. 한 사람에게 한정된 조치와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도 동일하게 평가할 수 없습니다.

5. 비교법도 결국 비례성과 법익형량을 바라봅니다

우리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 규정은 독특합니다.

일본 형법 제35조는 법령 또는 정당한 업무에 의한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지만, 우리 형법처럼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는 일반조항까지 명문화하지는 않았습니다.

독일 형법 제34조의 정당화적 긴급피난 역시 우리 정당행위와 동일한 제도는 아니지만, 충돌하는 법익의 비교, 보호하려는 이익과 침해되는 이익의 형량, 행위수단의 적절성을 명시적으로 요구합니다.

결국 비교법적으로 보더라도 중요한 질문은 비슷합니다.

“왜 행동했는가”와 함께 “왜 바로 그 정도의 방법을 사용할 필요가 있었는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6. 정당행위 주장은 이렇게 구성해야 합니다

정당행위를 주장하면서 단순히

“피고인의 행동은 필요했습니다.”

라고 적어서는 부족합니다.

오히려 다음과 같이 사건을 구조화해야 합니다.

무엇을 보호하려 했는가 → 당시 어떤 선택지가 있었는가 → 왜 다른 방법은 실효적이지 않았는가 → 피고인이 선택한 방법은 어느 정도였는가 → 피해를 줄이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 실제 발생한 침해는 어느 정도였는가.

그리고 이를 CCTV, 문자메시지, 녹취, 업무기록, 시간표, 현장사진과 같은 객관적 자료로 증명해야 합니다.

정당행위는 추상적인 정의의 주장이 아닙니다.

그 순간 그 사람이 선택한 행동의 목적·방법·강도·시간·결과를 세밀하게 측정하여, 그 행동을 형벌로 평가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를 묻는 법리입니다.

최근 대법원이 긴급성과 보충성을 독립된 문턱에서 상당성의 평가요소로 이동시킨 것은 중요한 변화입니다.

정당행위의 영역을 무조건 넓혀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위법성이라는 평가 자체를 더 정밀하게 하라는 요청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사고를 멈추어서는 안 됩니다.

형사변호사의 법리 검토는 그 다음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이 행동은 정말 형벌을 부과할 만큼 위법한 행동이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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