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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변호사 칼럼] “남자끼리 장난인데”…군 경력 끝낼 수도 있는 신체접촉

조회수 : 9

1. 사건 경위

 

체력 단련을 하러 가던 군인이 상급자를 마주쳤다. 상급자는 “가슴이 엄청 커졌다”고 말하면서 그의 유두를 손가락으로 튕겼다. 행위를 한 사람은 부대 행정보급관인 원사였고, 상대방은 하급자인 상사였다. 동료들도 함께 있는 공개된 자리였다.

 

행위를 한 사람은 가벼운 장난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운동으로 달라진 체격을 언급하면서 친근함을 표시하려 했다고 해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대방의 신체를 성적으로 평가하는 말과 민감한 부위에 대한 접촉이 결합하면 문제는 전혀 달라진다.

 

수원지방법원 2023구합66062 판결(2024. 1. 18.)은 이와 같은 행위에 대한 징계처분의 적법성을 다루었다. 법원은 남성 사이에서,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이루어진 행동이라는 이유로 성추행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2. 징계 절차와 다툼 : 강등에서 정직 1개월로

 

부대는 원사에게 품위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강등 처분을 했다. 원사는 항고했고, 육군참모총장은 이를 정직 1개월로 감경했다. 그러나 원사는 감경된 처분에도 불복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다행히 본건은 형사 사건화되지는 않았다.)

 

원사는 문제 된 행위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사건의 발생 장소와 경위, 성적 만족을 얻기 위한 행동이 아니었다는 점 등을 들어 징계사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오랜 복무 경력 등에 비추어 징계가 지나치게 무겁다는 주장도 했다.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성의 유두 역시 성적으로 민감한 부위이고, 이를 손가락으로 튕기는 행위는 구체적인 경위와 양태에 비추어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성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개된 장소였다는 주장도 면책 근거가 되지 못했다. 법원은 동료들 앞에서 그러한 행위를 당했다는 사정이 오히려 수치심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고 보았다. 성적 만족을 얻으려는 특별한 목적이 없었다는 주장 역시 추행성을 부정하지 못했다.

 

결국 법원은 정직 1개월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며 원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3. 형사사건으로 이어졌다면 : 장난이라는 해명만으로 충분할까?

 

이 판결에서 직접 심사한 대상은 징계처분이다. 공개된 판결문만으로 별도 형사절차의 진행 여부나 결과까지 확인할 수는 없다. 다만 같은 행위가 형사사건으로 다루어졌다면, 군형법상 군인등강제추행죄의 성립이 문제 될 수 있다.

 

강제추행은 강한 힘으로 상대방을 제압한 경우에만 성립하는 범죄가 아니다. 신체접촉 자체가 추행인 경우에도 성립할 수 있으며, 접촉이 짧거나 힘이 약했다는 이유만으로 범죄가 부정되지는 않는다. 대법원은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추행에 앞서 이루어지는 폭행·협박에 대해서도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일 필요는 없다고 판례를 변경했다.

 

물론, 부적절한 신체접촉이 모두 강제추행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접촉 부위와 방법, 당시 발언, 당사자의 관계와 행위 경위 등을 종합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가슴에 관한 발언과 유두를 튕긴 접촉이 함께 있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성적인 의도는 없었다”는 해명도 신중하게 보아야 한다. 성욕을 만족시키려는 목적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형사재판에서는 행위의 존재와 추행의 고의 등 범죄 성립에 필요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어야 한다.

 

4. 처벌 규정과 신분상 불이익 : 집행유예도 가볍지 않다

 

군형법 제92조의3은 군형법 적용대상자에 대하여 폭행이나 협박으로 추행한 사람을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정한다. 벌금형 선택지는 없다.

 

여기서 직업군인이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형사재판에서 집행유예를 받는다고 해서 군인 신분까지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군인사법은 장교·준사관·부사관에게 일정한 결격사유가 발생하면 제적되도록 정하고 있다.

 

군인등강제추행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되는 경우에도 결격사유에 따른 제적이 문제 된다. 실형을 면하더라도 오랜 군 경력이 끝날 수 있는 것이다.

 

징계 역시 별도로 살펴야 한다. 현행 군인 징계령 시행규칙상 강제추행의 징계 기준은 기본이 강등이고, 가중하면 파면·해임, 감경하면 정직·감봉이다. 하급자인 피해자에 대하여 상급자의 지위를 이용한 경우는 가중 사유로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형사입건이나 기소만으로 반드시 파면된다고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징계에 따른 파면·해임과 형 확정에 따른 제적은 구별해야 한다. 그러나 어느 경로이든 군인 신분을 잃는 중대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5. 정직 1개월이라는 결과만 보아서는 안 된다

 

이 사건을 “유두를 한 번 튕겨 정직 1개월을 받은 사례” 정도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법원이 인정한 행위는 형사절차에서 군인등강제추행죄로 판단될 위험이 있고, 징역형이 확정되면 군인 신분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다.

 

상급자가 생각하는 친근함과 하급자가 경험하는 모욕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을 수 있다. 특히 계급과 지휘관계가 존재하는 군대에서 하급자의 침묵이나 웃음을 신체접촉에 대한 허락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예방의 기준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상대방의 신체를 성적으로 평가하는 말을 삼가고, 친근함이나 장난을 이유로 민감한 신체 부위에 손대지 않아야 한다. 문제가 발생했다면 사과나 합의를 강요하지 말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

 

순간의 행동은 짧지만, 그 행동에 대한 책임은 남은 군 생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금 더 동성 간의 신체접촉에서도 ‘예의’를 지켜야만 하는 ‘새로운’ 시대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출처 : 국방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