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전화

업무상 횡령은 법인의 자금을 대표이사나 실질 운영자가 임의로 사용했을 경우, 개인 자산처럼 처분했다는 점이 입증되면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누가 회사를 지배했는가’, ‘자금이 어디로, 왜 쓰였는가’에 따라 예외가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판례가 나왔다.
최근 1인 회사를 사실상 운영하던 A씨가 수년 전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이유로 고소당했으나, 수사기관은 고의적 횡령 의도가 없었다고 판단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핵심은 ‘불법영득의사’의 유무였다.
A씨는 과거 사업 실패를 딛고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며, 신뢰하던 지인의 명의를 빌려 회사를 운영했다. 외부적으로는 명의대표와 지인의 주변인들이 주주로 등록되어 있었지만, 실질적인 경영과 자금 집행은 모두 A씨의 손을 거쳤고, 사실상 ‘1인 회사’에 가까운 구조였다.
회사가 어느 정도 기반을 잡은 뒤, 명의상 대표였던 인물은 돌연 A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주장에 따르면, A씨는 법인 자금을 개인 용도로 수시로 인출하며 회삿돈을 유용했고, 자금 흐름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A씨 입장에선 청천벽력이었다. 수년 전 지출 내역에 대해 일일이 증빙을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당시 거래처 다수가 폐업했고, 시간이 지나 상세 내역을 소명하는 데 물리적 한계가 컸다.
고소인은 이 점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며 사용처를 밝히지 못한 건 곧 사적 유용이라 주장했지만, 수사기관은 단순한 회계 소홀과 불법영득 의도를 구분했다. 실질적으로 A씨가 회사를 지배했고, 주요 지출이 사업 목적에 부합했으며, 고의적 이득을 취한 정황이 없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사건의 방향은 뒤집혔다.
결국 경찰은 A씨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을 내렸고, 이후 고소인이 제기한 이의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 역시 경찰의 판단에 동의해 최종 불기소 처분을 확정했다.
이번 사건은 1인 회사 또는 소규모 법인의 운영 실태에서 실제 운영자와 명의자 간의 책임과 권한이 엇갈릴 경우,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실질적으로 회사를 운영해온 인물이라 하더라도, 자금 집행의 정당성을 입증할 책임은 여전히 따른다.
그러나 불법영득의사가 없고, 자금 사용이 사업 목적과 관련된 것이었다면 전면적인 소명이 불가능하더라도 무혐의 판단을 받을 수 있음을 이번 사례는 분명히 했다.
사업 구조가 복잡해지거나 지인의 명의를 이용한 경우, 향후 분쟁 발생 시 실질적인 지배 관계와 자금 흐름을 입증할 수 있도록 평소 문서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1인 회사일수록 ‘내 돈처럼’ 사용하는 습관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더욱 신중해야 한다.
도움말: 법무법인 법승의 이승우, 고경환 변호사
출처 : https://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28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