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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의 단상-판결의 재구성 [박지연 변호사]

조회수 : 31

 

 

[파이낸셜뉴스]지난 2018년 대법원은 학교생활 내외에서 학생들 사이에 크고 작은 갈등이나 분쟁의 발생은 당연히 예상되고 학교폭력으로 인하여 학교폭력법 제17조 제1항에 열거된 조치를 받은 경우 이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고 졸업할 때까지 보존하게 되므로, 일상적인 학교생활 중에 일어난 어떤 행위가 학교폭력법에서 말하는 '학교폭력'의 개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발생경위와 상황, 행위의 정도 등을 신중히 살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각급 법원에서도 '학교폭력' 개념의 확대해석으로 인하여 지나치게 많은 학교폭력 가해자를 양산하거나 같은 행위를 두고서도 그것을 학교폭력으로 문제를 삼는지에 따라 조치가 달라지는 것을 방지하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판결의 원칙들이 실제 학교폭력 사건에서 잘 적용되고 있을까요?

 

필자는 두 아이의 엄마로 학교 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의 업무가 교육청으로 이관되기 전부터 학폭위의 위원으로 일했으며, 현재 서울 모 교육지원청의 학폭위 심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변호사로서 다년간 각종 학교폭력 사건 및 이에 따른 처분을 다투는 행정 사건,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 사건, 형사적 처벌을 구하는 소년 사건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느낀 단상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주로 학교폭력 사건이 일반 사건과 구별되는 특징을 말씀드리면서 현행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법)의 문제점과 학교폭력 기록을 주요 대학들의 전형에 반영하는 방안의 문제점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학교폭력 사건은 주로 학생들 사이의 상호 작용 과정에서 발생되기 때문에 동기나 경위 등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피해와 가해가 섞여서 잘 구별되지가 않아서 일방적 가해자, 일방적 피해자로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학생은 피해를 확대시키는 반면,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은 자신의 잘못을 감추고자 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요.

 

그런데 학폭위라는 제도 안에서 정확한 조사를 거쳐 깊이 있는 판단을 내리는 것은 더욱이나 어렵습니다. 학폭위는 분쟁 해결을 학교에 맡겨서 교육의 틀 안에서 원만한 해결을 유도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제도이다 보니 사건 발생 직후 선생님께서 학생들을 대면 조사한 결과 및 당사자가 제출한 의견 및 자료들만을 가지고 사건을 판단하도록 되어 있어 수사기관인 경찰 또는 검찰 내지는 사법기관인 법원과 같은 정교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더욱이 학교폭력이 사건화되는 경우가 점점 더 늘어나고 그 내용도 복잡해지면서 학폭위가 제한된 자료와 시간 안에 판단을 내리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학폭법이 가진 문제에도 불구하고, 사건 경중에 상관없이 학폭위의 학교폭력 조치 사항을 대학 입시에 반영함으로써 학교폭력으로 인정되기만 하면 비행을 저지른 소년범보다도 더 불이익한 상황에 놓인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아래에서 상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무고에 대한 충분한 제재 장치가 부족합니다. 허위 신고나 과장된 신고에 대한 검증 시스템이 미흡하여 억울하게 가해자로 지목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둘째, 범죄 혐의가 인정되는 자에게도 발하여지는 기소유예 및 선고유예 등의 유예제도가 존재하지 않아, 경미한 사안이나 우발적 사건이라도 학교폭력으로만 인정되기만 하면, 무조건 즉각적인 조치가 이루어져 학생들에게 과도한 낙인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셋째, 당사자 간 화해, 조정 등 관계 회복보다 처벌 위주의 해결책이 강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넷째,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학폭위는 분쟁 해결을 학교에 맡겨서 교육의 틀 안에서 원만한 해결을 유도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제도이다 보니 위원회 구성원들이 수사기관이나 사법기관과 같은 전문성을 갖추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건이 학생들 간의 상호관계에서 발생하여 가해자와 피해자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사안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6학년도 대입부터 모든 대학에 학교폭력 조치 사항 반영이 의무화되는 가운데 서울 주요 대학 상당수가 '서면 사과 조치(1호)'만 받아도 지원 자격을 제한하거나 대폭 감점을 적용하고 있는바, 연세대·이화여대·한국외대는 학생부교과전형에서 지원 자체를 막고, 서강대·성균관대는 '피해학생 접촉 금지 처분(2호)'만 받아도 전형 점수를 0점 처리해 사실상 당락을 좌우할 수준의 불이익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위에서 언급한 대로 비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가 내린 결정이 대입이라는 중대한 인생 기회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둘째, 일시적 판단 실수나 경미한 사안이라도 학교폭력 가해자로 기록되기만 하면 평생의 기록인 생활기록부에 남아 대학 입시에 지속적인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셋째, 경미한 사안과 심각한 폭력 행위가 모두 '학교폭력'이라는 동일한 프레임으로 평가되어 처벌의 비례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물론, 아이러니하게도 학교폭력 사안보다 더 중한 비행 내지는 범행을 저지른 소년범은 대학 입시에서 전혀 불이익받지 않아 형평에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넷째, 청소년기의 실수에 대한 반성과 회복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고, 과거의 기록이 미래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등 교육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합니다. 다섯째, 대학 입시 연계로 인해 경미한 갈등까지 '학교폭력'으로 신고하는 경향이 강화되었고, 학교는 책임 회피를 위해 모든 사안을 공식화하는 등 과잉 신고와 과잉 대응 양상이 증가되고 있습니다. 여섯째, 학폭위의 판단에 주관성이 개입될 여지가 있어, 동일한 행위라도 학교나 지역에 따라 다른 판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곱째, 대학 입시 연계로 인해 당사자들은 진심 어린 사과와 화해보다 자신의 기록 보호 및 처벌 회피에 집중하게 만들어 교육적 효과가 전무합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현행 학폭위 제도 및 학폭법, 학교폭력 조치 사항을 대입 제도 연계 방안은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바, 전면적인 개선, 개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즉, 각급 교육기관, 교육청, 법제처 등 공공기관 등의 중지를 모아 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것은 물론, 학생들 및 학부모들에게 현실적으로 와 닿을 수 있는 지속적인 교육을 통하여 학교폭력을 예방, 모든 학생들이 가고 싶은 학교로 만드는 것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출처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4/0005341565?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