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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노인 이동권과 건강권 지키려면 [이승우 변호사]

조회수 : 4

 

 

충남의 한 마을에 사는 70대 노부부 일상은 20년된 차 한대로 연결된다. 읍내 병원에 다니는 길도, 농협에 장을 보러 가는 길도 모두 이 낡은 차량이 맡는다. 차가 없으면 하루가 사실상 멈춘다. 이것이 농촌 고령가구의 현실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농가경영주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이며, 70대 이상 독거·노부부 농가가 급속히 늘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의 삶을 지탱하는 두축인 차량과 건강관리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여전히 모호하다. 차량은 농기계와 달리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건강관리는 정기 검진 이외에는 일상적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대중교통이 하루 5∼6회 운행되고, 읍내 병원까지 거리가 10㎞ 남짓이라 해도 고령층은 이동이 쉽지 않아 농촌에서 차가 없다는 것은 사실상 의료 접근권을 박탈당한 것과 같다. 그런데도 농촌 고령농가의 차량관리 실태는 심각하다. 정기 점검 주기를 지키는 경우가 드물고 노후 차량을 수십년째 운행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문제는 정비 비용과 접근성이다. 인근에 정비소가 없거나, 있어도 직접 차를 몰고 가야 하는 구조다. 고령운전자는 눈과 귀의 노화가 많이 진행된 상태이므로 청장년층에 비해 차량 이상 징후를 감지하거나 대처하는 능력도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브레이크 패드가 닳아도, 냉각수가 부족해도, 타이어 공기압이 위험 수준이어도 확인하지 못한 채 몰고 다니다가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반복된다. 그렇다면 고령농민들이 생활을 위해 의존하고 있는 농업용 차량과 일반 승용차를 안전하게 운행하도록 하려면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우선 노부부의 청장년층 자녀들에 대한 인식개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도시에 사는 자녀들에게 ‘차량 교체’라는 부담스러운 선택을 강요하기보다 ▲익숙한 기존 차량의 안전한 유지·보수 ▲가족 추억이 담긴 차량의 작은 편의성을 개선하는 방법을 스스로 고민하고 실천해볼 수 있도록 하는 캠페인을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읍·면 단위 ‘찾아가는 차량 점검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지역 내 자동차 정비업체와 지방자치단체가 협약해 연 2회 이상 마을을 순회하며 기초 점검(브레이크·타이어·오일·냉각수·조명류)을 하는 방식이다. 비용은 소액일 경우 국비나 지방비로 지원하고 중대한 결함이 발견될 땐 수리비 일부를 보조해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농촌 노인의 차량관리는 건강관리와 따로 보면 두 문제처럼 보이지만 함께 보면 고령자 일상의 지속가능성이라는 하나의 문제다. 차가 망가지면 병원에 갈 수 없고, 건강이 나빠지면 차를 안전하게 운전하지 못한다. 두 문제가 연결돼 있는 만큼 해법 역시 하나로 이어져야 한다.

 

농촌 노인의 이동권과 건강권을 동시에 지원하는 통합 패키지를 설계해야 한다. 지자체 단위에선 농업기술센터, 보건소, 읍·면·동 행정복지센터가 함께 참여하는 협력체계도 필요하다. 재원은 농촌 고령화 대응 관련 기존 예산을 재배분하고, 찾아가는 서비스 중심으로 집행 방식을 바꾸는 것으로 신규 예산을 배정하지 않고 항목을 조정해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

 

농촌 노인에게 낡은 차량 한대는 생존 그 자체다. 이는 정책이 현장에 얼마나 닿아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효성 있는 척도다. 이동해야 살 수 있고, 건강해야 농사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단순한 진실에 스마트한 정책으로 응답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