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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변호사 칼럼] 선임병의 후임병 지도 어디까지 허용될까?

조회수 : 33

<기초사실>

 

“빠진 후임 좀 챙겼습니다!”

 

해군의 한 부대에서 선임병 A는 여러 후임병과 함께 복무했습니다. 선임병 A의 눈에 후임병 B는 태만하고 눈치가 없어서 분대원 전체에게 피해를 많이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부대 환경미화 작업을 하던 A는 집게로 지네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얄밉게 생각하던 후임병 B에게 다가가 “움직이지 마라”고 한 뒤 지네를 입 부위에 던져 닿게 했습니다.

 

한번 시작된 선임병 A의 사적 제재는 계속되어 흡연장에서는 터보라이터를 약 10초 동안 켜 금속 부분을 뜨겁게 만든 뒤 후임병 B의 팔에 대어 화상을 입혔습니다. 비슷한 행동은 근무 중에도 이어졌습니다. 상황실에서 함께 상황병 임무를 수행하던 후임병 B의 팔에 가열된 라이터를 가져다 대어 화상을 입혔고, CCTV 경계병으로 근무하던 후임병 B를 욕하면서 정수리를 손바닥으로 세 차례 때렸습니다.

 

또 다른 후임병인 CCTV 경계병 C에게는 손가락으로 고환 부위를 때리고, 팔과 허벅지를 주먹으로 여러 차례 때리는 행동을 반복했습니다. 식당에서는 후임병 B에게 먹은 음식의 양이 너무 많다며 이 점을 문제 삼으며 후임병 B의 가슴과 배를 손으로 주무르는 행동도 했습니다.

 


<사안의 해결>

 

1. 적용 법률 규정

 

선임병 A의 행동은 단순한 ‘후임 지도’의 문제가 아니었기에 신고로 수사가 시작됐고, 군인등강제추행, 위력행사가혹행위, 상해, 직무수행군인등상해, 직무수행군인등폭행 등 여러 범죄로 기소되어 민간 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군형법 제60조 제1항은 상관이나 초병 외의 직무수행 중인 군인 등을 폭행하거나 협박한 경우, 평시에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합니다. 군형법 제60조의2는 직무수행 중인 군인 등에게 상해를 가한 경우 평시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합니다.

 

그래서 같은 라이터 화상이라도 흡연장에서 발생한 행위는 일반 상해죄가 문제된 반면, 상황실에서 상황병으로 근무하던 장병에게 한 행위에는 직무수행군인등상해죄가 적용됐습니다. 일반 상해죄는 형법 제257조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할 수 있습니다.

 

지네를 후임병의 입 부위에 던진 행위에는 군형법 제62조 제2항의 위력행사가혹행위가 적용됐습니다. 위력을 행사해 학대 또는 가혹한 행위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가슴과 배를 주무른 행위에는 군인등강제추행죄가 문제됐습니다. 군형법 제92조의3은 군인 등에 대한 강제추행을 1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합니다.

 

2. 처벌 형량

 

법원은 이러한 여러 범죄를 함께 판단해 피고인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습니다. 다만 2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및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징역 10개월이라는 형량이 ‘직무수행 군인 등 폭행’이라는 한 가지 혐의에 대한 형량이 아니라, 이 사건에서 인정된 여러 범죄를 종합해 선고된 형이라는 점입니다.

 

3. 후임병에 대한 지도가 될 수 없는 경우

 

- 신체에 손을 대거나 때렸습니까?
- 라이터, 집게, 빗자루, 장구류 등 물건을 사용했습니까?
- 뜨거운 물체, 곤충, 음식물 등을 신체에 접촉시켰습니까?
- 욕설·모욕·협박 또는 공개적인 망신주기가 있었습니까?
- 성기·가슴·엉덩이·허벅지 등 민감한 신체 부위를 만지거나 때렸습니까?
- 피해자가 거부하거나 불편함을 표시했는데도 반복했습니까?
- 근무 중인 장병을 상대로 행위가 이루어졌습니까?
- 같은 행위가 반복되었거나 피해자가 여러 명입니까?

 

행위의 명목이 “군기”, “교육”, “장난”, “전통”이었다고 해도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4. 지휘관은 부지런해야 한다

 

선임병은 후임병을 전혀 지도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먼저 군 생활을 경험한 선임이 근무 방법을 알려주고, 실수를 지적하고, 후임이 부대에 적응하도록 돕는 것은 병영생활에서 꼭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선임병이라는 이유만으로 후임병을 명령하거나 제재할 권한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35조 제3항은 병 상호 간에는 직무상 권한이 부여된 경우를 제외하고 명령이나 지시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합니다. 분대장·조장 등 별도의 직무상 권한이 부여된 경우와 단순한 선임병은 구별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후임병이 근무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반복해서 동료에게 업무를 떠넘긴다고 하더라도 선임병이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사적으로 벌을 줄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지휘관의 역할이 중요해집니다. 사적 제재를 없애려면 그 빈자리를 공식적인 지휘와 관리가 채워야 합니다.

 

분대장과 소대장, 병영생활과 근무를 직접 관리하는 부사관은 어느 병사가 업무를 제대로 익히지 못하고 있는지, 누가 반복해서 자기 몫을 다른 병사에게 넘기고 있는지, 선·후임 사이에 갈등이 쌓이고 있는지를 평소 부지런히 살펴야 합니다.

후

임병이 말을 듣지 않는데도 “고참이 알아서 좀 챙겨라”고 선임병에게 맡겨버리면, 공식적인 지휘의 자리를 비공식적인 힘이 대신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주의이고, 다음에는 욕설이 되고, 그다음에는 “군기를 잡는다”는 명목의 신체적 제재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결국 사적 제재를 줄이려면 지휘관은 더 바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선임병의 주먹을 없애려면 분대장·소대장과 담당 부사관의 눈과 발이 더 부지런해져야 합니다. 좋은 병영은 선임병이 후임병을 무서운 힘으로 통제하는 곳도, 후임병의 문제를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 곳도 아닙니다.

 

문제가 작을 때 지휘관이 개입하고, 필요한 교육은 공식적으로 실시하며, 반복되는 의무 불이행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책임을 묻는 부대가 결국 사적 제재도 줄이고 군기도 지킬 수 있습니다. 오늘도 병영의 질서를 수호하는 모든 군 지휘관 분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출처 : 국방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