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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변호사 칼럼] “마음의 편지, 쓸 수 있으면 써봐”…군대 내 처벌 성립 요건은?

조회수 : 6

“이러다가 OO이 네가 ‘마편’ 쓰는 거 아냐? 써도 할 말 없긴 해. 근데 쓸 수 있으면 써봐. 쓸 손가락이 남아 있으면. 난 혼자 안 가.” 선임병이 강제추행을 당한 후임병에게 한 말이다.

 

‘마편’은 ‘마음의 편지’를 줄인 표현으로, 장병이 부대 생활의 고충이나 부당한 대우를 알리는 수단이다. 자신의 행동이 신고될 수 있음을 알아차린 선임병은, 신고하면 신체에 위해를 가할 것처럼 말했다.

 

두 사람은 같은 대대에서 취사병으로 근무했던 선후임 관계였다. 선임병은 부대 취사장에서 피해자의 유두를 손가락으로 때리는 추행을 한 뒤 위와 같은 말을 했다. 법원은 이 같은 선임병의 발언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9 제2항의 보복목적 협박으로 인정했다.

 

보복목적 협박 등 처벌은 이미 이루어진 고소·고발, 진술, 증언이나 자료제출에 대한 보복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러한 행위를 사전에 하지 못하게 하거나, 취소하게 하거나, 거짓으로 진술·증언·자료제출을 하게 하려는 목적도 포함한다. 따라서 아직 신고하지 않은 피해자의 입을 막으려는 협박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보복목적 상해·폭행·체포·감금·협박은 제2항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있다. 이 사건의 “쓸 손가락이 남아 있으면”이라는 말은 신고 수단인 편지를 쓰지 못하도록 신체적 위해를 암시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직전에 추행 행위가 있었고, 마음의 편지를 직접 언급했으며, “난 혼자 안 가”라는 말까지 이어졌다는 점이 중요하다. 개별 표현을 떼어 보기보다 발언의 흐름과 두 사람의 관계, 당시 상황을 함께 살펴야 한다.

 

다만, 마음의 편지를 언급했다고 언제나 보복 협박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그 내용이 형사사건과 관련되는지, 신고를 막으려는 목적이 있었는지, 발언이 협박에 해당하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생활시설 개선 건의와 추행·폭행 피해 신고는 구별된다. 문서의 명칭보다 무엇을 알리려 했고 무엇을 막으려 했는지가 핵심이다. 병영에서 주의해야 할 행위는 협박만이 아니다. 사건 관계자를 억지로 불러 만나거나, 계급과 지위를 이용해 압박하는 행위도 문제 될 수 있다.

 

제5조의9 제4항은 자기 또는 타인의 형사사건 수사나 재판과 관련하여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 또는 그 친족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면담을 강요하거나 위력을 행사한 사람을 처벌한다.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이 조항은 앞서 설명한 보복 협박과 성립요건이 다르다. 별도의 보복목적을 요구하지 않고, 대상도 피해자나 신고자에 한정되지 않는다. 사건을 목격하거나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동료, 그 친족도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면담 강요와 위력행사는 각각 규정된 행위이므로, 두 가지가 반드시 함께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은 면담 강요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만남과 대화를 억지로 요구하거나 시키는 것으로 설명한다. 위력에는 폭행·협박뿐 아니라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력도 포함될 수 있다. 실제 해당 여부는 당사자 관계, 장소와 인원, 발언 내용, 행위의 경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점 역시 검사가 증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추행 사건을 목격한 병사가 만남을 거절했는데도 선임병들이 거듭 불러내거나, 상급자가 자신의 영향력을 내세워 진술 방향을 압박한다면 면담 강요나 위력행사에 해당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때리지 않았다”, “욕설하지 않았다”, “이야기만 하려고 했다”는 설명만으로 판단이 끝나지는 않는다.

 

물론 적법한 조사나 정상적인 지휘·상담, 상대방이 자유롭게 응할 수 있는 대화 제안까지 곧바로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직무상 필요와 절차가 있었는지, 사건 관계자의 자유로운 의사를 존중했는지, 권한을 이용해 특정 진술을 유도하지 않았는지가 중요하다. ‘면담’이라는 이름이 강압적인 행동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피해 장병은 최초의 추행이나 폭행뿐 아니라 그 뒤에 있었던 신고 방해도 함께 알려야 한다. 어떤 말을 들었는지, 누가 자리를 마련했는지, 만남을 거절할 수 있었는지, 여러 사람이 동석했는지를 구체적으로 기록하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휘관도 신고를 접수한 뒤 추가 위협이나 진술 압박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당사자를 곧바로 마주 앉혀 화해를 권하기에 앞서, 접촉에 따른 위험과 필요한 보호 방안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신고받은 장병에게 억울한 점이 있다면 정해진 절차에서 반박할 기회를 보장하되, 신고자나 목격자를 직접 압박하는 행동은 막아야 한다.

 

마음의 편지는 안심하고 쓸 수 있어야 한다. 신고 이후의 보복은 물론 신고 이전의 협박, 사건 관계자를 억지로 불러 압박하는 행동까지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장병이 사실을 말하고, 군이 그 사실을 공정하게 확인할 수 있을 때 병영의 신뢰와 기강도 단단해진다.

 

출처 : 국방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