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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남편과 결혼하여 한국에서 생활하던 베트남 여성이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었다. 남편 명의의 아파트와 예금이 남아 있지만 시부모는 아들이 마련한 재산이니 자신들이 관리하겠다고 한다. 남편에게 전혼 자녀까지 있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베트남인 아내는 한국 국적도 없고 재산도 자기 명의가 아니니 상속을 받기 어려운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베트남인이라는 이유로 상속에서 불이익을 받지는 않는다.
국제결혼 부부의 상속에서는 먼저 어느 나라 법을 적용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우리 국제사법은 상속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사망한 사람의 본국법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국제사법 제77조 제1항). 따라서 사망한 남편이 대한민국 국적이라면 아내가 베트남인이라도 대한민국 민법에 따라 상속이 이루어진다. 다만 사망한 사람이 유언으로 일정한 요건에 따라 다른 나라의 법을 지정한 경우에는 예외가 있다.
대한민국 민법은 상속인의 국적을 구별하지 않는다. 적법하게 혼인한 베트남인 배우자는 한국인 배우자와 동일한 상속권을 가지며,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았거나 영주권이 없다는 이유로 상속분이 줄어들지도 않는다. 다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라면 원칙적으로 법정상속권이 인정되지 않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베트남인 아내는 남편이 남긴 재산을 얼마나 상속받을 수 있을까?
상속비율은 남편에게 어떤 가족이 남아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남편에게 자녀가 있다면 아내와 자녀가 함께 상속받고, 자녀가 없다면 아내와 남편의 부모가 함께 상속받는다. 자녀도 부모도 없다면 아내가 단독으로 상속받는다(민법 제1003조). 남편에게 형제자매가 있더라도 아내가 단독상속인이 되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
배우자의 법정상속분은 자녀나 부모보다 50% 많다(민법 제1009조 제2항). 예를 들어 남편에게 아내와 자녀 한 명이 있다면 아내가 재산의 5분의 3, 자녀가 5분의 2를 상속받는다. 자녀가 두 명이라면 아내가 7분의 3, 자녀들이 각각 7분의 2를 받는다. 자녀가 없고 남편의 부모 두 명이 살아 있다면 아내가 7분의 3, 부모가 각각 7분의 2를 상속받는다. 이는 유효한 유언이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의 법정상속분이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남편에게 전혼 자녀가 있는 경우다. 베트남인 아내가 남편의 전혼 자녀를 직접 키운 적이 없거나 서로 왕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 자녀는 남편의 친자녀로서 상속권을 가진다. 반대로 전혼 자녀들이 베트남인 아내를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아내의 상속권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혼 자녀와 재혼 후 태어난 자녀의 법정상속분도 동일하다.
그렇다면 남편 명의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던 베트남인 아내는 계속 그 집에 살 수 있을까?
남편이 사망하면 상속은 곧바로 개시되고, 공동상속인이 있는 경우 상속재산은 공동상속인들의 공유가 된다(민법 제997조, 제1006조). 아내에게도 자신의 상속분에 해당하는 권리가 발생하지만, 그렇다고 아파트 전체가 자동으로 아내 소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상속인들과 아파트를 누가 소유할지, 매각하여 돈을 나눌지 등을 협의해야 한다. 협의가 되지 않는다면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1013조).
이 과정에서 상속재산분할협의서에 함부로 서명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남편의 가족들이 부동산 등기나 은행 업무에 필요하다며 한국어로 작성된 서류에 서명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 서류가 단순한 확인서가 아니라 아내의 상속분을 다른 상속인에게 넘기는 내용일 수도 있다. 상속재산분할은 반드시 법정상속분대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아내가 동의하면 다른 상속인이 재산 전부를 취득하도록 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서명하였다면 나중에 협의의 효력을 다투는 과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상속재산을 확인할 때에는 남편이 남긴 빚도 함께 살펴야 한다. 상속은 아파트와 예금 같은 재산뿐 아니라 대출금과 같은 채무도 승계하기 때문이다. 빚이 재산보다 많다면 상속을 포기하거나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에서만 채무를 갚는 한정승인을 고려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자신이 상속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결정해야 한다(민법 제1019조). 다만 일정한 요건에서는 기간 연장이나 특별한정승인도 가능하다. 남편의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 없이 기다려서는 안 된다.
베트남인 배우자에게는 상속 외에도 중요한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한국에서의 체류자격이다.
한국인 남편과 혼인하여 결혼이민(F-6) 체류자격으로 생활하던 베트남인 아내는 남편이 사망했다고 해서 반드시 베트남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 배우자의 사망으로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된 경우에도 혼인단절에 따른 결혼이민(F-6-3) 체류자격으로 체류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다만 남편이 사망했다는 사실만으로 체류기간이 자동 연장되는 것은 아니다. 사망 사실과 혼인관계 등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하여 출입국당국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상속권과 체류자격은 서로 다른 문제다. 남편의 사망으로 한국에서의 체류자격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더라도 이미 발생한 상속권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남편의 재산을 상속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한국 체류가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상속재산에 대한 권리와 체류기간 연장 문제를 각각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아파트를 상속받았다면 상속등기와 부동산 취득에 관한 신고, 취득세 및 상속세 신고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상속세 신고는 원칙적으로 사망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해야 하며, 외국에 주소를 둔 상속인이 있는 경우에는 9개월의 신고기한이 적용된다. 베트남 국적이라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실제 주소지 등 법에서 정한 요건에 따라 신고기한이 달라지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한국인 배우자가 사망했다고 해서 베트남인 배우자의 상속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남편의 가족들과 상속재산을 나누어야 할 수도 있고,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어 서류에 서명을 요구받거나 남편이 남긴 채무까지 떠안게 될 수도 있다. 한국에서 계속 생활하려면 체류자격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남편이 남긴 재산과 채무가 무엇인지, 자신이 얼마나 상속받을 수 있는지, 언제까지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다. 상속권은 국적과 관계없이 보장되지만, 이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면 법이 정한 몫조차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
출처: 인사이드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