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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이제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공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모니터 뒤의 세상은 자유롭지만, 때로는 그 익명성이 타인의 영혼을 찌르는 예리한 흉기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게임이나 채팅 중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내뱉은 '성적인 욕설' 한마디가 평범한 시민을 하루아침에 성범죄자로 만들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씻을 수 없는 끔찍한 성적 수치심을 남기기도 합니다.
오늘은 디지털 공간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며, 피의자와 피해자의 입장이 가장 첨예하게 엇갈리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이하 통매음)’의 법리적 쟁점과 ‘성적 목적’의 경계에 대해 깊이 있게 짚어보고자 합니다.

1. 모욕죄와는 차원이 다른 덫, '공연성'과 '특정성'의 불필요
온라인에서 누군가와 다투다 고소를 당했을 때, 많은 분들이 "단둘이 있는 1:1 채팅방이었으니 죄가 안 된다", 혹은 "서로 닉네임만 아는 상태라 누군지 특정되지 않는다"며 안심하곤 합니다. 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제3자가 보고 들을 수 있는 '공연성'과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특정성'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에 규정된 통매음은 다릅니다. 이 법의 보호법익은 사회적 명예가 아니라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입니다. 따라서 아무도 보지 않는 1:1 익명 채팅이든, 닉네임만 아는 게임 속이든 상관없이,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글, 그림 등을 도달하게 했다면 그 즉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무거운 범죄가 성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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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화가 나서 그랬을 뿐인데..." — 분노와 성적 목적의 결합
실무에서 피의자들이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억울하게 항변하는 부분은 바로 '목적'입니다. "나는 상대방을 성적으로 어떻게 해볼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그저 게임을 못해서 화가 나 상대방 부모님을 들먹이는 욕설(소위 '패드립')을 해 모욕을 주려던 것뿐이다"라는 주장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의 태도는 매우 단호합니다. 대법원은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에는 성행위나 성관계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는 욕망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등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줌으로써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망도 포함된다"(대법원 2018도9775 판결)고 명시했습니다. 즉, 분노의 감정에서 비롯되었더라도,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화나게 할 수단으로 굳이 '성적인 표현'을 선택해 조롱했다면 그 안에 성적인 목적이 결합되어 있다고 보아 범죄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3. 모든 거친 욕설이 성범죄는 아니다 — 전체 '맥락(Context)'의 중요성
그렇다면 게임 채팅창에서 성적인 단어가 한 번이라도 등장하면 무조건 성범죄자가 되는 것일까요? 아무리 법원의 기준이 엄격하다 해도, 모든 거친 욕설을 성범죄로 처벌하는 것은 국가 형벌권의 과도한 남용입니다.
실제 하급심 판례와 수사실무를 치밀하게 살펴보면,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은 결국 '전체 대화의 맥락'입니다. 문제의 발언이 나오게 된 경위(누가 먼저 시비를 걸었는지), 대화의 흐름, 사용된 단어가 단순히 상대방을 경멸하려는 일상적인 거친 욕설에 불과한지, 아니면 피해자 본인이나 가족을 노골적이고 실질적으로 '성적 대상화'한 것인지를 꼼꼼히 따집니다. 만약 전체 채팅 로그를 포렌식하여 분석한 결과, 해당 표현이 성적 수치심을 주기보다는 순수한 '모욕과 분노의 표출'에 가깝다고 법리적으로 증명해 낸다면 통매음 혐의를 벗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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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고소와 피고소, 엇갈린 입장에서의 초기 대응 전략
통매음 사건은 초기 증거 확보와 첫 진술이 사건의 향방을 완전히 결정짓습니다.
· 피해자의 경우: 가해자가 방을 나가거나 탈퇴하여 증거를 인멸하기 전에, 문제의 발언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닉네임, IP, 날짜와 시간이 명확히 드러나도록 화면 전체를 캡처(원본 보전)해야 합니다. 익명 앱이라도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통해 가해자 특정이 가능하므로, 두려워 숨지 말고 신속히 법적 조치를 취해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합니다. |
· 피의자의 경우: 상대방이 고의로 자신을 도발하여 성적인 욕설을 유도한 뒤 합의금(소위 '헌터')을 뜯어내려는 기획 고소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경찰 연락을 받고 당황하여 "미안하다"며 섣부른 사과를 하거나 무조건 부인하기 전에, 당시의 전체 로그를 확보하여 해당 발언이 '성적 목적'이 결여된 단순 욕설임을 입증할 형사법적 의견서를 신속히 수사기관에 제출해야 억울한 낙인을 피할 수 있습니다. |
[보이지 않는 공간, 지켜져야 할 인권]
키보드 위의 손가락은 때로 칼날보다 더 깊게 사람의 마음을 벱니다. 디지털 공간에서 벌어지는 통매음 사건은, 누군가에게는 일상을 파괴하는 지독한 성적 폭력이며, 다른 누군가에게는 홧김에 내뱉은 한마디로 평생의 꼬리표(성범죄 전과)를 달게 되는 비극입니다.
피해자의 찢긴 마음을 어루만져 합당한 처벌을 이끌어내는 일, 그리고 순간의 실수나 오해로 인해 억울하게 과도한 형벌을 받지 않도록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켜내는 일. 이 두 가지 가치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전체 상황을 객관적으로 조망하는 차가운 이성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보이지 않는 폭력 앞에 홀로 떨고 계시거나, 예기치 못한 피의자 신분이 되어 밤잠을 설치고 계신다면 지체 없이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십시오. 얽힌 텍스트 속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어, 여러분의 소중한 일상을 지켜드리겠습니다.

서울주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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