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전화

최근 대전의 한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를 둘러싸고 가해자의 협박으로 인해 억울하게 운전자 누명을 썼던 피해자가 항소심을 통해 3년 만에 결백을 증명한 사례가 있었다.
사건 당시 승용차가 가로수를 들이받은 후 운전자가 현장을 이탈하면서 수사 기관은 이를 전형적인 사고후미조치 사건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이면에는 일반적인 교통사고의 범주를 넘어선 감금과 폭행, 그리고 허위 자백 강요라는 비극적인 진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피고인 A씨가 가해자 일당에게 감금과 폭행을 당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실제 차량을 운전하여 사고를 낸 인물은 A씨가 아닌 가해자 중 한 명이었으나, 이들은 사고 직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A씨를 압박했다.
가해자 일당의 집요한 협박을 받아 극심한 공포와 보복의 두려움에 사로잡힌 A씨는 결국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운전자였다는 취지의 허위 자백을 하고 말았다.
사건 발생 이후 A씨는 극심한 트라우마와 가해자들의 지속적인 감시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로 인해 법원의 소환장을 수령하지 못했고, 재판은 피고인의 출석 없이 진행되는 공시송달 절차를 거쳐 1심에서 벌금 700만 원의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뒤늦게 판결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상소권회복청구를 진행했다.
상속권회복청구란,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해 재판 절차에 참여하지 못한 경우 잃어버린 상소의 기회를 다시 부여 받는 절차다.
이 과정을 거쳐 비로소 항소심 재판이 열리게 되었고, 3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사건의 실체를 다시 다툴 기회를 얻게 되었다.
항소심에서는 사고 당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던 견인차 기사의 증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증인은 법정에서 당시 차량에서 내려 도주하던 운전자의 인상착의를 매우 구체적으로 기억해 냈다.
증인의 진술에 따르면 실제 운전자는 호리호리한 체격에 팔에 문신이 선명하게 있는 남성이었다.
반면, 피고인 A씨는 문신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증인이 묘사한 체형과도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이러한 목격담은 수사 기관이 유죄의 근거로 삼았던 A씨의 자백이 객관적 사실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을 증명하는 단서가 되었다.
사건을 담당한 법무법인 법승 대전사무소 박은국, 정진구, 노현정 변호사는 이러한 증거의 모순점을 날카롭게 파고들어 재판부를 설득했다.
법원은 사고후미조치 및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에 대해 엄격한 증거주의를 적용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고 당시 가해자들로부터 폭행과 협박을 당하고 있었던 정황을 인정했으며, 신체적·정신적 억압 상태에서 이루어진 자백은 신빙성이 극히 낮다고 판단했다.
또한 사고 발생 지점과 피고인의 실제 위치, 차량의 파손 상태, 목격자의 진술 등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이 운전대를 잡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결론지었다.
결국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3년여에 걸친 긴 싸움에 종지부를 찍었다.
법무법인 법승 대전사무소의 박은국 변호사는 "수사 기관의 압박이나 제3자의 협박에 못 이겨 허위 자백을 하게 되면, 이후 진행되는 형사 재판에서 이를 번복하고 무죄를 입증하기까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라며 "특히 뺑소니나 사고후미조치처럼 현장 상황이 중요한 사건에서는 초기부터 객관적인 물증을 확보하고 목격자의 진술을 면밀히 분석하여 억울한 사법 피해를 막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출처 : 경상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