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전화
<기초사실>
군 복무 중 부대 체육행사에 참가했다가 다친 A가 있다. A는 필승 체육대회에서 소대 대표선수로 출전해 축구 경기를 하던 중, 상대편 선수와 몸싸움하다가 중심을 잃고 왼쪽 무릎에 상당한 통증을 느꼈다. 하지만 과도한 운동경기로 인한 일시적 증상이라 생각하였고, 통증을 참으면서 군 생활을 계속하였다.
A는 체중이 다소 나가는 편이었고, 처음에는 단순한 염좌나 일시적인 통증이 지속되는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후에도 무릎 통증과 불안정감은 계속되었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 통증이 심했고, 오래 서 있거나 뛰는 동작을 하면 무릎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 반복되었다.
그럼에도 군 병원에서는 충분한 정밀검사와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단순한 처치만 반복되었고, A는 제대로 된 원인 진단을 받지 못한 채 전역을 앞두게 되었다.
<사안의 해결>
체육행사도 군 복무의 일부가 될 수 있다.
군 생활에서 체육활동은 단순한 여가가 아니다. 전투체육, 부대 체육대회, 단결활동, 체력단련은 병력 관리와 부대 운영의 일부로 시행되는 경우가 많다. 부대 일정표에 포함되어 있고, 간부가 참여를 지시하거나 감독하며, 병사 입장에서는 사실상 빠지기 어려운 행사라면 그 성격은 개인적인 운동과 달라진다.
특히 소대 대표, 중대 대표, 대대 대표로 선발되어 경기에 출전하는 경우라면 더 그렇다. 겉으로는 체육활동이지만, 병사 입장에서는 ‘부대 대표로 뛰는 것’이고, 실제로는 지휘체계 안에서 부여된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가깝다.
군인재해보상법은 공무상 부상, 공무상 질병, 그로 인한 장해와 사망을 공무상 재해로 다루는 체계를 두고 있다. 법령상 군인이 공무수행 또는 그에 따르는 행위를 하던 중 발생한 사고는 공무상 부상 판단의 출발점이 된다. 따라서 부대 체육행사 중 발생한 부상도 구체적 사정에 따라 공무상 재해로 검토될 수 있다.
이런 사건에서 종종 문제 되는 사정이 있다. A가 원래 체중이 다소 나갔다는 점이다. 부대나 행정기관은 “기존 신체조건 때문에 무릎에 부담이 간 것 아니냐”, “축구 중 부상은 개인의 체력 문제 아니냐”는 취지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체중이 다소 나간다는 사정만으로 군 복무와 부상 사이의 인과관계가 당연히 끊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체중이 많이 나가는 병사라면 지휘관과 간부는 체육행사 참여 과정에서 더 세심한 안전관리를 해야 한다. 축구는 급정지, 방향 전환, 점프, 충돌이 반복되는 운동이고, 무릎 관절에 큰 부담을 준다. 체중이 있는 병사가 무리하게 대표선수로 출전했다면 부상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장애나 장기적인 후유증이 남았다면 “운동 중 사고”라는 표현만으로 사건을 정리해서는 안 된다.
확인해야 할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필승 체육대회가 부대 공식 일정이었는가.
둘째, A가 소대 대표선수로 선발되거나 지명되었는가.
셋째, 지휘관 또는 간부가 경기 참여를 지시·관리했는가.
넷째, A의 체중, 건강 상태, 기존 무릎 상태를 확인했는가.
다섯째, 사고 전 준비운동과 안전교육이 있었는가.
여섯째, 사고 직후 적절한 진료와 정밀검사가 이루어졌는가.
일곱째, 현재의 무릎 손상과 당시 축구 경기 중 부상 사이에 의학적 인과관계가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공무상 부상, 군인재해보상, 보훈보상대상자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 기록이다.
군 부대 체육행사 부상 사건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초기 기록이 남지 않는 것이다. 사고 직후에는 병사 본인도 “조금 쉬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주변에서도 “축구하다 삐끗한 것” 정도로 넘길 수 있다. 그러나 무릎 부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후유증이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초기에는 단순 염좌로 보였지만, 나중에 전방십자인대 손상, 후방십자인대 손상, 내측측부인대 손상, 반월상연골판 파열, 연골 손상, 관절 불안정성, 운동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때 사고 당시 상황을 입증하지 못하면 부상과 장애 사이의 인과관계를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부상 직후에는 반드시 기록을 남겨야 한다. 부대 체육행사 계획서, 필승 체육대회 대진표, 소대 대표선수 명단, 일과표, 참여 지시, 사고 보고, 의무대 진료기록, 군 병원 기록, 민간병원 진단서, MRI 등 영상자료, 목격자 진술, 지휘관 보고 내용이 중요하다.
특히 무릎 부상 사건에서는 “언제, 어디서, 누구의 지시로, 어떤 경기에서, 어떤 동작 중, 어느 방향으로 무릎에 충격이 발생했는지, 그 직후 의료적 처치가 이루어졌는지”가 구체적으로 정리되어야 한다. 단순히 “축구 중 무릎 통증”이라고 적힌 기록과 “부대 필승 체육대회 축구 경기 중 상대 선수와 충돌한 뒤 왼쪽 무릎이 비틀리며 통증과 불안정감 발생”이라고 적힌 기록은 나중에 판정에서 전혀 다른 힘을 가진다.
지휘관에게도 안전관리 책임이 있다.
군 체육행사는 병사들의 체력과 단결을 높이는 데 필요하다. 그러나 체육행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안전관리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체육행사를 계획하는 지휘관과 간부는 참가자의 건강 상태, 경기 방식, 장소의 안전성, 보호장비, 준비운동, 응급조치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 특히 축구처럼 충돌과 급격한 방향 전환이 많은 운동에서는 부상 위험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체중이 많이 나가거나 기존에 무릎 통증이 있던 병사라면 더욱 그렇다. 대표선수로 출전시키기 전에 본인의 상태를 확인하고, 무리한 출전을 피하게 하며, 부상 호소가 있으면 즉시 중단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
특히 병사가 통증을 호소했는데도 계속 경기에 참여하게 하거나, 사고 후 군 병원에서 충분한 정밀검사를 하지 않은 채 진통제나 물리치료 정도로만 넘겼다면, 사후 조치의 적절성도 중요한 쟁점이 된다. 군 조직에서 병사는 상급자의 말에 쉽게 거절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지휘관은 “본인이 괜찮다고 했다”는 말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체육행사는 단결을 위한 것이지, 장애를 남기기 위한 것이 아니다.
체육활동은 군 생활에 필요하다. 병사들의 체력을 높이고, 부대의 분위기를 바꾸며, 전우애를 만드는 기능도 있다. 그러나 체육행사의 목적이 아무리 좋더라도 안전이 빠지면 그 행사는 병사에게 평생의 상처를 남길 수 있다.
군 부대 체육행사 중 발생한 무릎 부상과 장애는 단순한 불운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그 행사가 어떤 성격이었는지, 대표선수 출전이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졌는지, 지휘·감독은 적절했는지, 사고 후 치료는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현재의 무릎 장애와 당시 축구 경기 중 부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차분히 살펴야 한다.
병영에서 법은 사고가 난 뒤 책임을 묻기 위해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사고를 예방하고, 다친 사람을 제대로 보호하며, 지휘관이 더 안전한 결정을 하도록 돕기 위해 존재한다.
군 체육행사는 단결을 위한 시간이어야 한다. 그 시간이 누군가에게 평생의 장애로 남지 않도록, 지휘관과 병사 모두가 안전과 기록의 중요성을 기억해야 한다.
출처 : 국방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