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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사건

공소청, 불송치심사부를 맡은 부장검사는 무엇을 생각하고, 고민하고, 하게 될까?

 

 

 

 

새 불송치심사부의 부장검사가 가장 먼저 마주할 현실은 ‘새 조직을 만드는 일’보다 이미 쌓여 있는 많은 불송치 사건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일 가능성이 크다.

기존 인력은 그대로 움직여야 하고, 적체사건은 한꺼번에 배당될 수 있다. 모든 기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깊이로 읽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부장검사가 가장 먼저 만들어야 할 것은 사건을 선별하고, 깊이를 달리하여 심사하고, 필요한 사건만 정확하게 파고들 수 있는 기준일 것이다.

그리고 그 기준이 제대로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불송치심사부는 단순한 사건 적체 처리부서가 될 수도 있고, 경찰 수사의 품질을 높이는 중요한 형사사법기관이 될 수도 있다.

 


 

공소청이 출범한다.

조직도에는 ‘불송치심사부’라는 새로운 이름이 적혀 있다.

하지만 실제 사무실에 들어가 보면 상황은 그렇게 새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기존 검사와 수사관이 있다.

이미 진행되고 있던 업무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당한 양의 사건기록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새 부장검사가 첫날 책상에 앉으면 아마 가장 먼저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이 많은 사건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 질문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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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든 사건을 똑같이 깊게 볼 수는 없다

불송치 사건에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서와 관계 서류, 증거물이 함께 넘어온다. 현행 수사준칙도 사법경찰관이 불송치를 결정하면 그 이유를 적은 불송치 결정서와 관련 자료를 검사에게 송부하도록 한다.

문제는 사건의 양이다.

사건이 수백 건, 수천 건 단위로 밀려온다면 모든 검사가 모든 기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는 방식으로는 조직이 돌아가지 않는다.

따라서 부장검사의 첫 번째 고민은 아마 이것일 것이다.

어떤 사건은 빠르게 종결해도 되고, 어떤 사건은 깊게 파고들어야 하는가.

여기서부터 심사기준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1차적으로 사건을 나눌 수 있다.

① 경찰 불송치 이유가 명확하고 기록과 일치하는 사건

② 고소인의 주장이 반복될 뿐 새로운 증거가 없는 사건

③ 핵심 참고인 조사나 객관적 자료 확보가 빠진 사건

④ 경찰이 확보한 증거와 불송치 이유 사이에 논리적 간극이 있는 사건

⑤ 법률적 평가가 문제되는 사건

⑥ 다수 피해자·사회적 파급·공소시효 등 신속성이 필요한 사건

이런 분류가 있어야 검사도 어디에 시간을 써야 하는지 알 수 있다.


2. 사건을 ‘열심히 읽으라’고 해서는 조직이 움직이지 않는다

부장검사에게 더 어려운 문제는 검사들에게 어떻게 동기를 줄 것인가이다.

“사건을 꼼꼼하게 봐라.”

“기록을 잘 검토해라.”

이 정도 지시는 오래가지 않는다.

사건이 많아질수록 사람은 처리 속도를 우선하게 된다.

따라서 오히려 검사들에게 명확한 질문을 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경찰의 결론을 뒤집을 만한 사실이 기록 안에 이미 존재하는가.

확보했어야 할 증거가 빠져 있는가.

불송치 이유와 실제 조사내용이 논리적으로 연결되는가.

구성요건 중 어느 부분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보았는가.

그 판단이 법률적으로 타당한가.

이런 질문이 있으면 기록을 읽는 방향이 달라진다.

단순히 기록의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아니라 결론이 만들어진 구조를 검증하게 된다.

나는 이것이 불송치심사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3. 재수사 요구는 ‘더 조사해 보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재수사 요청은 불송치심사부의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이 수단을 쉽게 사용하면 경찰과 공소청 모두 힘들어진다.

현행 수사준칙은 검사가 재수사를 요청하려면 원칙적으로 관계서류와 증거물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해야 하고, 그 내용과 이유를 구체적으로 적은 서면으로 요청하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좋은 재수사 요구는

“수사가 미진하다.”

가 아니라,

“A 참고인의 진술과 B 계좌자료가 모순되므로 해당 계좌의 실제 사용자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처럼 되어야 한다.

즉 재수사 요구에는 최소한 세 가지가 있어야 한다.

무엇이 부족한가.
왜 그 조사가 필요한가.
그 결과가 불송치 판단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가.

이 세 가지가 없는 재수사 요구가 반복되면 경찰은 그것을 ‘다시 한번 조사해 보라’는 행정적 지시로 받아들이게 된다.

반대로 이 세 가지가 분명하면 재수사는 사건의 빈칸을 채우는 작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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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재수사 요구를 남발해서도 안 된다

더 중요한 제한도 있다.

현재 규정상 경찰이 재수사를 한 뒤에도 기존 불송치 결정을 유지해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통보한 사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검사가 다시 재수사를 요청하거나 송치 요구를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첫 번째 재수사 요구가 중요하다.

대충 돌려보냈다가 다시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

부장검사라면 결국 이런 질문을 조직에 던져야 한다.

“지금 우리가 요구하려는 조사가 정말 결론을 바꿀 가능성이 있는 조사인가?”

이 질문 하나만 제대로 작동해도 의미 없는 재수사는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


5. 고소대리인 변호사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내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이 있다.

고소인이 변호사를 선임한 사건이다.

잘 준비된 고소대리인은 이미 사건을 상당히 구조화해 놓았을 가능성이 있다.

고소장, 의견서, 증거목록, 계좌 흐름, 문자메시지, 녹취, 계약서 등을 분석해

무엇이 쟁점인지,
어떤 증거가 확보됐는지,
무엇이 아직 조사되지 않았는지

를 정리해 제출할 수 있다.

불송치심사부 입장에서는 이것을 잘 활용하면 된다.

고소대리인에게 무조건 장문의 의견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형식으로 제출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① 경찰 불송치 이유

② 이에 동의할 수 없는 핵심 이유 3개 이내

③ 누락된 증거 또는 조사

④ 해당 증거가 확인될 경우 구성요건 판단이 달라지는 이유

⑤ 추가 제출 증거목록

이렇게 표준화하면 어떻게 될까.

검사는 수백 페이지짜리 기록을 읽기 전에 사건의 핵심 쟁점을 먼저 파악할 수 있다.

물론 고소대리인의 주장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쟁점을 압축하는 자료로 활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좋은 변호사는 사건을 어렵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사건의 구조를 보이게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다.


6. 피의자 측 의견서도 같은 방식으로 활용해야 한다

마찬가지다.

불송치가 이루어졌다고 피의자 측 변호인의 역할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고소인이 이의를 제기하거나 새로운 자료를 제출했다면 피의자 측에서도

왜 경찰의 불송치 판단이 타당한지

를 짧고 구조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결국 불송치심사부는 사건관계인의 변호사를 ‘방해요소’로 볼 것이 아니라, 제대로 활용하면 쟁점정리 기능을 외부에서 지원받는 구조를 만들 수도 있다.

다만 조건이 있다.

의견서는 길이가 아니라 구조가 중요하다.

부장검사가 일정한 제출형식을 만들 수 있다면 사건처리 효율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7. 부장검사는 결국 ‘사건평가표’를 만들게 되지 않을까

내가 불송치심사부장이라면 아마 가장 먼저 간단한 사건평가표부터 만들어 볼 것 같다.

예를 들어 이런 항목이다.

불송치 유형

혐의없음인지, 죄가안됨인지, 공소권없음인지, 각하인지.

현행 수사준칙도 불송치의 유형을 혐의없음, 죄가안됨, 공소권없음, 각하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핵심 쟁점

사실 문제인지, 증거 문제인지, 법률 문제인지.

필수수사 완료 여부

핵심 참고인, 계좌, 통신, 포렌식 등 필요한 조사가 이루어졌는지.

불송치 이유와 기록의 일치 여부

경찰이 적어놓은 이유가 실제 기록에 의해 뒷받침되는지.

추가수사의 필요성

추가수사가 결론을 바꿀 현실적인 가능성이 있는지.

긴급성

공소시효, 피해확대, 증거소실 등의 문제가 있는지.

이 정도만 있어도 사건을 보는 방식이 상당히 통일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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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몇 달 뒤에는 통계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이 자료가 쌓이면 더 중요한 질문에 답할 수 있다.

어떤 죄명에서 재수사 요청이 많이 나오는가.

어느 경찰서 또는 어느 수사유형에서 반복되는 문제가 있는가.

재수사 후 실제 송치로 전환되는 비율은 얼마나 되는가.

어떤 재수사 요구는 효과가 있고 어떤 요구는 별 의미가 없는가.

어떤 고소대리인의 의견서는 실제 쟁점 파악에 도움이 되는가.

이 정도 데이터가 쌓이기 시작하면 불송치심사부는 전혀 다른 조직이 된다.

단순히 적체사건을 소진하는 부서가 아니라,

경찰수사의 결과를 사후 분석하고 다시 경찰수사의 품질로 환류시키는 조직

이 될 수 있다.

결국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간다

새 불송치심사부장이 자리에 앉는다.

사건은 많다.

사람은 한정되어 있다.

시간도 부족하다.

그러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열심히 하자’고 말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무엇을 먼저 볼 것인지 정해야 한다.

어디까지 보면 충분한지 정해야 한다.

어떤 경우 다시 조사하게 할지 정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고소대리인과 피의자 변호인에게도 사건의 쟁점을 더 선명하게 정리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불송치심사부가 성공하려면 결국 가장 부족한 자원인 검사의 시간과 집중력을 어디에 배분할 것인가를 해결해야 한다.

나는 새 불송치심사부의 첫 과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건을 빨리 처리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건 가운데 깊게 보아야 할 사건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조직을 만드는 것.

아마 불송치심사부의 성패는 여기에서 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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